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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응답하라 1997!>
    3. 드라마, 영화 리뷰/드라마 이야기 2012. 9. 21. 17:57

     

     

    나는 참 학원물을 좋아한다!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고, 내가 학창시절일 때는 당연히 좋아했다. 지금도, <응답하라 1997>같은 학원물을 보면 기분이 아릿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학원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아마도 학창시절을 영원히 되돌릴 수 없고, 점점 퇴색해가는 손 안의 한 줌 모래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을 수록 내 학창시절을 많이 잊어버리고 산다.

    그것이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이유는 첫째로, 늘 우울하고 괴로웠던 짐을 지는 것 같았던 시절을 흘러보낼 수 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그렇게 바래져가는 주변기억들 때문에 더 소중한 기억들이 나에게 남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 그리고 '친구들'이라는 시공간적인 추억과 관계들이 훗날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지는 그 당시에는 모른다. 나도 내 풋풋한 10대의 학창시절을 완벽하게 보내지 못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학창시절을 보낸 이는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응답하라 1997>은 아이돌 빠순녀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말랑말랑한 연애물과 비슷했다. 하지만, 연기자들의 미숙한 연기라던가, 티테일한 아이템때문에 지상파 드라마와는 다른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토니의 포카리차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것이나. 지금은 아이돌 1세대가 된 조상님들이 직접 나와 연기를 한 것은 신선했다. 아, 우리들의 에쵸티가 벌써 조상님 신세라니.. 지금이 아이돌 5~6세대 정도는 온 것 같은데 뭐 아이돌 세대교체가 너무 빠르니 이건 뭐 고고고고고조부급이다.

    에쵸티 비닐 옷이며, CD 사기위해 밤을 새는 모습이며, 젝키팬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며, 사생팬의 모습을 연출한 것도 굉장히 디테일했다.

    하지만, 스토리의 주요 내용이었던 애정관계는 맘에 들지 않는다. 죽은 애인의 동생을 사랑할 수 있다? 그것도 담임 선생님이? 그 부분에 대한 자세한 사연이 너무 압축적으로 흘러들어와서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 '윤태웅'과 '윤윤제' 그리고 '성시원'의 삼각관계를 위한 장치로만 느껴졌을 뿐. 그리고 '죽음'이라는 요소가 너무 많이 개입되었다. 윤제와 시원의 가족만 해도 사망자가 무려 3명이다. 굳이 사망자로 처리한 게 아쉬웠다. 태웅이가 거의 10년 넘게 시원이만 좋아한 것도 너무 맹목적으로 보였고, 안철수 드립은 너무 과했다. 왜 사이좋은 월드까지 그의 작품으로 만드는 건지..;

    엉성한 플롯이었지만, 정은지가 너무 성시원스러웠고 아빠 성동일이 감초같은 역할로 아빠-딸의 애증관계가 재미있게 느꼈다. 그리고 서인국은 최대 수혜자일지도. 비대칭적이고 기형적인 그의 얼굴이 '윤제'라고 생각하니 멋지더라.

    그.. 시원이 위해서 맨발투혼으로 골목까지 마중나올 때 심장 뛰어 미치는 지 알았다.

    학원물이 좋은 이유는 이런 말랑말랑한 이야기들이 내 학창시절 속으로 파고들기 때문이어라. 예전의 나와 성시원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누구를 좋아해보기도 했던 그런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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