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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용두사미가 된 응답하라 1994.
    3. 드라마, 영화 리뷰/드라마 이야기 2013. 12. 29. 00:06






    응사는 응칠의 아류작이라는 편견을 과감히 벗어내고 21회로 종영했다.

    응사는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허무했다. 



    문제의 시작은 타이틀이라고 본다.


    드라마의 주제이자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타이틀이 응칠과 똑같아서 아쉬웠다. '응답하라 땡땡땡!'이란 어구가 응칠의 성공 이후로 큰 인기를 얻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굳이 그대로 그 타이틀을 썼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이건 첫번째, 똑같은 타이틀에 대한 식상함 때문이었지만.


    응사가 종결된 지금! 정말 '응답하라 1994' 타이틀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응칠은 그 당시 아이돌1세대의 소녀팬덤을 확실하게 보여준 드라마였다. 그 시절 초등학교 저학년에 불과한 나도, 젝키 팬과 에쵸티 팬들과의 싸움. SES와 핑클의 라이벌 구도 등이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아이돌들은 정말... 지금은 이름도 잘 모르지만... 지금의 아이돌들과 차원이 달랐다. 

    응칠은 정말 그 당시 1997~1999년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응답하라 1997'이 어울리는 타이틀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응사는 ..... 


    분명, 90년대를 관통하는 주제와 소재와 많이 나오지만... 드라마가 '응답하라1994'란 타이틀에 걸맞는 내용인지는 의문이다. 


    응사가 초반에 인기를 끈 이유는, 지금 40대가 되어가는 어른들과 30대들이 격하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내용들이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삐삐, 공중전화... 요즘은 원룸이 많지만 그 때는 하숙집!, 서태지, 예전의 지하철 서울역, 그레이스 백화점..등


    근데, 가면 갈 수록 연대기적 얘기로 넘어가면서 너무 휙휙 사건들을 보여주기 식으로 끝냈다..

    아 세월이 변했구나는... IMF, 김일성 사망, 지오디의 육아일기, 핑클, 마지막에는 2002년 월드컵까지..


    뭔가 일상에 녹아내리지 않고, 언제부턴가는 TV CF나 드라마, 등장인물들의 대사, 핸드폰...의 언급으로만 그치는 느낌이었다.

    나중에는 '연대기'에 너무 집착한다는 느낌까지 받았다...그래서 응답하라는 용두사미다. 1994년도만 촘촘했고, 가면 갈 수록 개성있는 인물들의 성장이야기가 아닌, 삼각관계에만 몰두했다. 


    그러다 보니 재미도 줄고... 그 흔했던 로맨스 드라마의 연애패턴이 다 읽히는 것이다........


    '1994'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1994-2002, 2013(애니팡...까지-_-) 이렇게 다 다룰거면...

    타이틀을 다르게 했어야 했다.


    또, 너무 아쉬웠던 부분은 마지막에 언급하기로 하고....


    응사를 보면서 참 좋았던 것들이 많았다. 후반부가 아쉬웠지만, 2013년에 사는 우리들에게 응사는 단비같은 드라마였다.


    내가 참 좋았던 소재가,

    초반부에 다루었던 '삐삐' 다...


    우리는 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빠른 시대를 살고 있다. 그와 함께,  '기다림의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번호를 알고 있다?  -> 카톡의 프로필과 카카오스토리의 사진들을 본다. 아, 이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생각한다. 더 궁금해 진다? 페이스북을 찾아본다. 그와 관련되어 있는 친구들, 그가 '좋아요'한 게시물, 좋아하는 취향, 평소에 하는 생각들. 


    '사람'에 대한 궁금함이 손가락 터치 몇 번이면 해결될 수 있는 시대가 바로 2013년이다.


    '삐삐'가 있었던 시절을 생각해 본다. 그 전에는 집전화와 공중전화 밖에 없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려면, 내가 전화기 가까이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은 집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삐삐가 생겼다.


    그 사람의 번호를 안다. 생각한다. 어떤 목소리로 어떻게 말할까. 무슨 말을 할까. 그리고 공중전화를 향한 긴 줄을 기다린다. 한 사람, 한 사람 순서대로 공중전화와 가까워질 때 점점 심장이 떨린다. 떨리는 목소리로 몇 번... 메시지를 취소한 다음에, 겨우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한 숨을 쉬고, 공중전화 박스를 쓸쓸히 떠난다.


    그 사람이 언제 메시지를 들을지는 모른다. 그냥 기다리는 거다. 계속. 카톡에 '1'이 없어지는 걸로, 수신확인을 쉽게 하고 1초만에 바로 그 사람의 정보와 타임라인을 볼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편리함을 얻은 대신에 한편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데 필요한 기다림을 잃어버렸다.


    응사는 90년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에 필요한 '기다림'을 보여주었다. 


    나정이가 쓰레기에게 메시지를 남길 때. 우리도  함께 '기다림'을 배운다. 짝사랑이라는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혼자서 예측할 수 없는 그 긴 기다림이 뭔지 안다.. 그리고, 긴 기다림이 결코 '끝날 때까지 끝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또, 내가 펑펑 운 장면이.... 


    칠봉이가 삼풍백화점 지하에서 나정이가 좋아하는 CD를 사고, 나정이를 삼풍백화점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날... 

    삼풍백화점 붕괴 소식을 알고나서 나정이가 버스에서 내려 삼풍백화점으로 달려가는 장면이다. 그리고 기적처럼 칠봉이가 횡단보도에 서 있었을 때 나정이가 펑펑우는 그 장면이.. 나는 응사 중 가장 슬펐다 -_ㅠ....


    당연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카톡, 전화.. 심지어는 위치추척으로,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는 머릿속의 판단으로 몇 분만에 그 사람에 대해 안심해 버린다면,

    긴 시간 그 사람을 생각하며 걱정하고 아파하는 동안.. 그 사람이 무사하기를 생각하는 '기다림'의 시간을 우리는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건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나정이가 칠봉이를 생각하면서..(물론 친구로서였지만..) 달려가는 그 순간.. 나정이는 그 순간 칠봉이에 대한 절실함과 절박함이 있었다.


    그리고 응사의 모든 커플들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응사의 모두는, 사랑을, 기다릴 줄 안다.


    대표적으로, 나정이와 쓰레기의 사랑.

    나정이는 오랜시간동안 쓰레기를 좋아한다. 거의 1년이 넘는 짝사랑의 기간을 견디고.. 쓰레기의 마음을 연다.

    그리고 그 이후 내용은 뭐.. 응사 본 사람들은 알고 있으니. 그 둘의 결혼도 마찬가지다.

    늘 '기다림'이 있었다. 쓰레기가 부산에 가고, 나정이가 호주에 가고... 


    삼천포와 윤진이의 사랑.

    삼천포와 윤진이는 비교적(?) 다른 등장인물들보다 빨리 커플이 되었지만. 그 둘이 정식으로 사귀게 된 순간은 삼천포에서 일출을 보며 키스를 했을 때다. (응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_ㅠ ... 메인주인공들이 아닌 조연들에게 최고의 장면을 선사한 응사에게 감사를! +ㅁ+)


    짐작하건대, 둘은 꽤 오랜 시간 서로에게 친구 아닌 이성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고속터미널에서 윤진의 어머니를 찾으러 삼천포가 떠난 그 순간에 그게 현실화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진도 그 때 고마움을 느꼈지만, 표현하는 데 서툴어 늘 티격태격만 했었다. 하지만, 삼천포에 가서 못먹는 커피를 한 사발 다 들이키는 윤진이를 보면.. 분명 표현하지 못했지만.. 삼천포를 이성으로 좋아했다.


    고속터미널 장면이 여름이었으니, 둘은 6개월 동안 마음 속의 좋은 감정을 숨기고 서로를...기다렸다.


    해태와 애정이의 사랑.


    순천-서울의 롱디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초반에 헤어지지만... 

    해태의 복학 이후, 동창회에서 만나 재회하는 해태와 애정이.

    해태가 애정이가 이별의 의미로 돌려준 소포를 받았을 때, 무작정 전화하고 찾아가고 애원했더라면 과연 그 둘이 재회할 수 있었을까?

    둘은 헤어졌지만, 서로에 대한 소식단절과 오랜 기간 서로를 그리워 하며 기다렸기 때문에.. 극적으로 재회할 수 있었다.


    칠봉이의 사랑.


    아....-_ㅠ 첨부터 당연히 쓰레기랑 될 줄 알았지만. 난 늘 칠봉이를 응원했다....

    마지막 3회 분량에서 칠봉이를 무슨... 병신 싸이코로 만든 작가.. 불쌍한 칠봉이 -_ㅠ

    이용당할 입장이었으면, 좋은 짝을 미리 복선으로 깔아주던가!!!!! 나정떡밥만 물리고, 왠 뜬금없이 정유미냐고...


    개인적으로 참, 작가가 칠봉이를 후반부에 밉상진따병신캐릭으로 만들어놔서 화난다. 의처증 걸리겠다는 둥, 정신병자라는 둥, 싸이코패스라는 둥... 그런 거에 비유하는 글들 봤을 때 난 맘이 너무 아팠다..


    칠봉이는 정말 오랫동안~~~~~~~~~~~~~~~~~~~ 나정이의 사랑을 기다린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나정이였고. 야구공이 앞을 향해서 날아가듯, 그렇게 나정이를 위한 마음을 접지않았다.

    내가 칠봉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절대 현실 속에서 존재할 수 없는 캐릭이라서 그랬다. 퓨어 100%로 한 여자만의 6~7년을 짝사랑하는 사람은 정말 보기 드물다. 사랑에 대해서 자기확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칠봉이는 20화에서 나정이가 쓰레기를 주려고 사놓기만 했던, '약봉투'를 보기 전까지는. 분명, 확신이 있었다. 나정이가 언젠간 자기를 받아 줄 거라는...


    모두들 누군가를 위한 기다림으로 성장했듯이, 칠봉이도.. 그렇게 세상엔 의지와 노력만으로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알면서, 성장했다. 기다림에 대한 응답으로.


    빙그레의 사랑.


    빙그레는 후반에 에피가 없어서 아쉬웠다.

    내가 가장 공감했던 빙그레. 나도 대학 새내기 때, 학과에 대한 적성과 미래에 대한 우울로 불안했고.. 모든 게 싫었다.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게 뭔지는 몰랐다. 세상에 대해서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던 것이다.

    빙그레의 에피는 성적 맞춰 학과나 대학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란 이들이면, 정말 공감가는 내용이었다.


    좀 더 아쉬웠던 게, 빙그레의 성정체성에 대한 에피를 그리다 말았다. 응칠에서 동성애 코드로 재미본 건... 알겠는데,

    빙그레를 응칠의 호야처럼 만들면 안 되었다!.. -_ㅠ 특히, 쓰레기가 자기 맹장수술 보고 돌아가는데 침대에서 얼굴 가리는 행동은 이해 안 간다.


    제작진들은 차라리 빙그레에 대한 성정체성에 관한 에피를 좀 더 넣었어야 했다... 그 동안 여자한테 관심도 없던 빙그레가 다이다이에게 호감을 느끼려면, 뭔가의 장치가 더 필요했다고 본다 -_-.


    그래도 빙그레도 휴학을 하면서 자신자신을 좀 더 알고, 성정체성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만... 쓰레기에 대한 감정도 존경하는 선배로 마음 속에서 정립하는 데 기다림이 필요했다.



    요즘세태를 보면, 참 우스운 소리이긴 하지만...

    소개팅한 남자들이 여자들이 조금만 대충 카톡해도 '낌새'를 눈치채고 발을 뺀단다..

    튕기는 거 나도 싫다라는 생각이겠지. 그런데, 웃긴게... 그 잣대가 참 웃기다.

    카톡이 바로바로 답장안와서, 먼저 카톡안해서..

    쉽사리 인연을 포기한다니...


    요즘의 연애는 기다림이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을 기다리고, 그 사람이 응답할 때까지... 내 모습을 돌아보는 그 기다림!


    나정이가 모래시계를 보면서 '희생'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 진정한 사랑은 희생이라고.

    우리는 '기다림'으로서 자신을 희생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내가 카톡보내면 바로 답장이 와야하고, 나한테 튕기면 안 되고, 타임라인에 다른 이성과의 대화가 많은 것을 봐도 금방 실망하기 일쑤다.


    글이 너무 길어졌지만,...

    응사의 매력은 바로 아날로그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기다림의 미학때문이었다.


    그.

    런.

    데.


    응사는 후반부에서 시청자들을 실망시켰다.


    후반부로 갈 수록 매력넘치고 사랑스러운 해태, 포블리, 윤진이, 빙그레의 비중을 줄이고...

    나정이의 남편찾기에 혈안이 되었다. 근데, 모두들 거의 알고 있었는데.. -_-

    20화까 예고편까지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수준의 왔다리갔다리... 아! -_-...


    나정이의 남편찾기에 혈안이 되다 보니, 칠봉이와 쓰레기 사이의 긴장감을 조성하려고 후반부에 칠봉이와의 인연떡밥을 물릴려고 기가 막히게 운명론을 말하고, 둘을 엮이게 한다.


    근데.. 나 너무 극에 몰입되었는지... 칠봉이가 불쌍했다...


    칠봉이가 운전면허를 숨기고 나정이 옆에 있으려고 하는 것, 극장에서 '우리도 밀레니엄에 만났어요!'라는 밀레니엄 드립...

    게다가 어깨를 다쳐 병원에 있는 데, 정말 정신병자처럼 나정이한테 계속 옆에 있어달라는 태도.. 

    병원에서 아이처럼 나정이를 병원에 가둬두려는 그런 태도는... 칠봉이가 스스로를 너무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그리게 만들었다. 


    게다가. 사람들이 가장 어이없어 하던 것은!


    칠봉-나정-쓰레기 사이가 어떻게 2013년에 같이 하하호호 거리면서 결혼식비디오 테이프까지 보느냐는 거였는데...

    여기에 대한 설명도... 2002년 월드컵 경기에 "형"이라고 부르고, 그 전에 한국에서 칠봉 어깨 진단해준 게 다다..

    물론, 나정이에 대한 마음이 포기되었지만..

    사내가. 어떤 사내녀석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깊이, 뜨겁게, 오래 사랑한 여자의 남편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있을 수가 없다. 


    애초에 설정이 잘못되었다. 2013년에 모두가 하하호호하게 했으려면, 칠봉이의 짝사랑을 중반에 끝내고 다른 묘령의 여인과의 인연을 묶어줘야 했다. -_-


    응칠에서 윤태웅이 윤윤제에게 시원을 포기하고 나서도 그들이 다 같이 모여있는 건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상황설명이 되었고, 다른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윤제는 적어도 태웅과 시원의 사이를 알고나서, 형에게 일언반구도 말하지 않았고 시원과의 인연을 끊었다.


    그런데... 칠봉이 아무렇지 않게 2002년에 바로 "대한민국"을 같이 외친다...? 참 이상하고 아이러니하다.

    게다가 전세할인의 정말... 최악의 드립이었다............ 첫사랑디씨라니... 부인이 누군지는 나오지도 않았어..


    정말 이우정작가가 후반부에 시청자들을 우롱하고, 맥을 탁! 끊어버렸다.


    칠봉 팬으로서, 마지막까지 "우리처럼"을 말하는 칠봉이가 참 안쓰러웠다....

    결국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건, 칠봉이 뿐이니까.


    소재와 참신성은 좋았으나, 밸런스에서 망가진 드라마 응사. 16부작이었더라면, 더 완성도가 있었을 것 같다.



    (1화-13화까지는 정말 좋았는데................-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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