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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를 울렸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끄적이는 생각들/좋은 글귀 2014. 12. 18. 12:47

    너를 울렸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아무리 반복해도 수갑을 차게되진 않았던 탓인지, 불치병에라도 걸린듯 연거푸 죄를 지어왔지요. 당신의 마음을 울림으로써 나의 존재를 입증해 왔습니다. 병이라는 말이 딱 맞죠. 내가 나의 존재을 인정하지 못하므로 타인의 존재를 툭, 건드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 왔으니까요. 나의 손가락이 저사람의 심장을 스쳤을때 아무런 감각없이 허공을 가를까봐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툭툭 건드려 왔던거죠. 그럴때마다 '그러므로' 라는 단어앞에 잠시 끄적여둘 근거를 마련했던 겁니다. 아마도 그 병적이고 죄스런 습관은,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기로했던 그날부터 시작됐던 것 같습니다. 

    내안의 어디엔가 경찰서를 짓기로 했습니다. 수갑도 준비해야겠죠. 그 전에, 이제껏 열린적 없는 국회의 개회를 선언하고 법부터 제정해야겠습니다. 제 죄값을 물을 법을 만들어야죠. 그 이전에, 또 한가지. 참 어색하겠지만 나를 한번 끌어안아 주는 일. 그렇게 내가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나면 쓸데없는 정신적 예산낭비는 피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 '고로'라는 접속사 역시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저 존재한다. 왠진 몰라도 나는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는 왜 존재하는 걸까요? 이렇게 어색하지만 따뜻한 포옹한번으로 존재의 증명을 졸업하고, 존재의 이유를 찾아서 떠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를 '울리므로' 내가 존재하는게 아니라 그를 '위해서' 내가 존재하는, 그런 사람을 찾아서요. 손가락으로 툭 한번 건드려볼 사람이 아니라, 두손으로 감싸안을 사람을 찾아 떠날 수 있을 겁니다. 

    책 읽는 라디오 970회 단편의 단편 오프닝&클로징 글_송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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