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도 내생각을 할까? 마음속으로 그사람을 그리는게 더이상 공상의 영역과 구분이 되지않습니다. 공상이 되어버린 그리움이 일으키는 파도가 얼마나 클까요? 태풍부는 바다처럼 겪할줄 알았지만 그렇지는 않더군요. 파도는 단 한점도 없었습니다. 완벽한 정적이었죠. 달 없이 혼자된 지구의, 쥐죽은듯 조용한 바다 같은 심정이랄까요. 정말로 공상과학영화와 별다를게 없습니다. 생각하는 동안은 제정신이 아닌듯 거기에 빠져있지만, 영화가 끝나면 별볼일 없는 현실로 돌아오는거죠. 영화속 해피엔딩이 빛날수록, 이내 깨어나는 현실은 더욱더 비어있습니다. 그사람 그리는 일은 그렇게 사이언스 픽션이란 장르의 일부가 되어갑니다.
우주에는 '웜홀'이란게 있다죠. 웜홀을 통과하면 수백광년 떨어진 어떤지점까지 단번에 이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평생동안 빛의 속도로 달려도 이를수 없는 곳이 바로 눈앞에 있듯 가까워 진다니! 그럼 나의 머릿속 공상과학도 드라마가 될수 있는 걸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사람이 있는 곳으로 이어지는 웜홀을 찾아서 두리번거리기 시작하죠. 각각의 사람은 하나의 소우주라고 합니다. 그렇게 은유적인 신념으로 사람 사이에도 웜홀이 있으리라 믿을 만큼, 그런 믿음을 따라 현실을 살만큼 절박한 그리움인가봅니다. 저는 그만큼 달이 그리운 지구인가봅니다. 그래서 이렇게 노래하나봐요. 이 한곡의 노래가 그사람과 나를 이어주는 웜홀일지 모른다는 믿음으로, 혼자서 노래합니다. 수백광년을 한걸음에 내달리라고 독촉합니다.
책 읽는 라디오 965회 단편의 단편 오프닝&클로징 글_송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