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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희정의 <하루키 스타일>중에서
    끄적이는 생각들/좋은 글귀 2014. 9. 22. 22:57

    한 번이라도 마라톤을 뛰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오랜 시간을 달리면서 녹초가 될 만큼 힘들다가도 
    막상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면 몸 안에 아직도 다 쓰지 못한 에너지가 남아 있는 것만 같은 
    개운치 않은 기분을.
    하루키는 신경에 거슬리는 그 자잘한 괴로움을 ‘마음의 앙금’이라고 말한다. 
    바로 조금 전까지도 고통스러운 극한의 상황에서 
    ‘내가 왜 이런 걸 자처해서 하고 있지? 이제 이런 지독한 짓은 하지 않을 거야.’라고 
    뼈저리게 느꼈으면서도 결승점을 통과한 후 한숨 돌린 다음에는 
    다시 의욕이 불타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 이젠 다음 레이스에선 더 분발해야지.’ 뛰면서 힘들었던 생각보다는 
    ‘더 잘할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조만간 다시 대면해서 매듭을 짓고 싶다는 생각에 힘든데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마라톤을 계속 이어간다.
    그것을 하루키는 일종의 호기심과도 같다고 한다.
    자기 안에 잠재해 있는, 
    자기가 아직 모르는 것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고 햇빛이 비치는 곳으로 끌어내보고 싶다는 호기심. 
    그것이 스스로의 한계를 계속하여 극복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장편소설을 쓸 때가 그렇다. 
    마치 마라톤 출발선에 선 것처럼, 
    모든 신경을 끌어올려 극단적인 한계선까지 집중한다. 
    1년을 소설을 쓰면 또 1년은 그것을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고쳐 쓴다. 
    자기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 
    이렇게 끝내고 나면 지칠 대로 지친 파김치가 되어 당분간은 소설을 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한다.
    하지만 웬걸,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하루키는 “아무리 자주 써도, 아무리 많이 써도 
    마음의 ‘앙금’이 뱃속에 무겁게 가라앉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기 위해서는 결국 노력과 체력이 전부다. 시간과의 경쟁도 무의미하다.
    얼마만큼 자기 자신을 즐길 수 있는가. 이것이 중요하다.
    물론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자신에게 숨겨진 가능성의 수맥을 찾고 암반을 깨기 위한 노력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웃을 일도 별로 없는 직장생활에서 일할 맛이 안 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어쩌랴.
    불완전하고 위태로운 그게 우리네 삶인 것을.
    삶은 구질구질한 일상의 총합이다. 
    완벽하고 쿨하게만 보이는 하루키 역시 알고 보면 매일 책상 앞에 앉아 
    몸도 마음도 걸레를 쥐어짜듯 고달프게 일한다니 그게 우리들에게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하루키는 유약하게 흔들리는 우리를 보며 말한다.
    “그런 삶이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드라마틱하지 않게 계속될 걸세, 
     젊은이. 그래도 우리는 각자의 일상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가야 해. 
     내일 그리고 또 내일도. 
     그런데 절대 이건 잊지 말게. 투쟁심을 상실한다면 그건 싸움을 포기한다는 뜻이야.”

     

    -진희정의 <하루키 스타일>중에서



    그래도, 정말로, 투쟁이든, 싸움이든 그런 단어가 머릿 속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오히려 마음을 더 짓누르고 아프게 만든다.

    힘들면 힘들다고, 쉬고 싶다고,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그만 두고 싶다고.. 그냥 말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해보인다. 난 지금 너무 아파. 라고 말하면 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더 힘내서 하라, 어딜 기분전환 가보라, 드라마를 보라.. 여전히 뭘 하라고 자꾸 재촉한다. 나는 심신이 너무 아픈데, 주변 사람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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