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아트 정보 /영화 2014. 11. 2. 16:24






    할머니가 주워온 누군가의 교과서, 헌책들 속의 세상이 전부였던 조제가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를 만나 세상 밖으로 걸음을 떼는 성장 이야기. 누구에게도 도움받길 원하지 않았던 조제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가장 무서운 걸 보고 싶었다"며 츠네오의 손을 잡고 동물원의 호랑이를 본다. 물고기가 처음 바다를 만난 듯 세상을 유영하던 조제는 "길 잃은 조개껍질처럼 혼자 깊은 해저에서 굴러다니"더라도 괜찮다는 말로 이별의 순간을 준비한다.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너는 주제를 알아야지. 너는 몸이 불편하잖아.

    몸도 불편한데 조심하고 살아야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게 남 노는대로 놀다간 벌받는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었어.

    남자가 안 생기면 호랑이는 평생 못봐도 상관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

     "눈을 감아봐. 뭐가 보여?

    그냥 깜깜하기만 해.

    거기가 옛날에 내가 살던 곳이야.

    어딘데?

    깊고 깊은 바닷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

    왜?

    너랑 세상에서 가장 야한 섹스를 하려고.

    그랬구나. 조제는 해저에서 살았구나.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불고, 비도 안와.

    정적만이 있을뿐이지.

    외로웠겠다.

    별로 외롭지도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천천히 시간이 흐를뿐이지.

    난 두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진 못할꺼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질처럼 혼자 깊은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 다니겠지.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진 않아."

     

    연출의 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러브 스토리인 동시에,

    사랑이 어떻게 한 소녀를 변화시켜나가는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판타지를 만들어내지만,

    그 환상은 곧 깨져버리고 현실이 어떤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 현실 속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행복과

    가장 큰 절망을 발견하지만, 그녀가 절망을 느낄 때

    그녀의 약함 뿐 아니라 그녀의 힘과 용기 또한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대사가 아닌 여배우의 외양으로,

    추상적인 것이 아닌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녀의 힘과 용기를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관객들이 그것을 실제로 일어나는 일처럼 느끼기를 원했다.

    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너무 많은 감정의 기복이

    있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내 목표는 영화가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그들이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함께 겪으면서 시작한 곳으로부터 이만큼까지

    왔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종류의 느낌이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 더 어울린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 감상이 유치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사랑을 묘사하는 것은

    사람의 성장을 묘사하는 것이고 또 삶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감독 이누도 잇신"



    [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사랑의 도량형- 한국일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남주인공의 말이다. 저 말을 듣고 스무 살의 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었다. 당시의 나는 순정파였던 것 같다.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 않았으므로, 외려 무턱대고 품을 수 있는 환상 같은 게 있었다. 첫사랑이 아득해질 무렵, 나는 사랑이 변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때의 감정이 치기 같았다. 며칠 전의 일이다. 지하철 입구에서 여자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 옆에 선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다리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치려는 찰나, 여자의 말이 귓가를 스쳤다. “대체 언제 사랑이 변한 거야?” 남자는 골똘히 뭔가를 헤아리는 듯했지만, 입술만 오물거릴 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또 하나의 사랑이 지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사랑에 도량형이 있다면 그것은 과연 어떤 형태일까. 처음에는 길이, 무게, 부피를 구하느라 열을 올리겠지만, 결국에는 밀도와 비중을 따지게 될 것이다. 종래에는 빽빽한 감정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애초의 단단한 씨앗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랑에는 결실이란 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변한다. 하지만 사랑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랑의 모양이 바뀌거나 색깔이 바뀔 수는 있어도 사랑의 순간은 ‘그때 거기에 그대로’ 있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다르게’ 있을 뿐이다. 어김없이 봄날은 간다. 가을날도 간다. 사랑도 간다. 갔다가, 마침내 다시 온다.

    시인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