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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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정의 <하루키 스타일>중에서끄적이는 생각들/좋은 글귀 2014. 9. 22. 22:57
한 번이라도 마라톤을 뛰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오랜 시간을 달리면서 녹초가 될 만큼 힘들다가도 막상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면 몸 안에 아직도 다 쓰지 못한 에너지가 남아 있는 것만 같은 개운치 않은 기분을. 하루키는 신경에 거슬리는 그 자잘한 괴로움을 ‘마음의 앙금’이라고 말한다. 바로 조금 전까지도 고통스러운 극한의 상황에서 ‘내가 왜 이런 걸 자처해서 하고 있지? 이제 이런 지독한 짓은 하지 않을 거야.’라고 뼈저리게 느꼈으면서도 결승점을 통과한 후 한숨 돌린 다음에는 다시 의욕이 불타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 이젠 다음 레이스에선 더 분발해야지.’ 뛰면서 힘들었던 생각보다는 ‘더 잘할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조만간 다시 대면해서 매듭을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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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출사2. 일상 스냅/Canon 600d 2014. 9. 11. 14:17
나는 꽃을 참 좋아하는데, 왠지 집 앞 마당에 피어있는 시골의 힘없는 꽃이 나 같아서 슬펐다.하필 보라+청색이야. 나중을 돌이켜보면, 내 청춘도 이런 색깔일까.왠지 노랑, 빨강 처럼 예쁘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렇게 그냥 매달려 있는 삶. 장화가 서글프다. 들꽃. 나는 화려한 꽃보단 들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가, 먼저 마음 열기도 수줍어하고. 결국에는 마음을 열지 못하고 타인의 발에 쉽게 뭉개져버리기도 한다. 바라는 것보다는 해주고 싶은 것들을 좋아하고, 남이 사랑을 줘도 그 때는 그 의미도 모르고. 그렇게 저렇게. 상처 받고, 상처 입히고. 바보 처럼 후회하고, 아까워하고, 탄식하고. 절망하고. 또 절망하고. 그냥. 그렇다고. 정말 이상한건,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이런 내가 변하지 않았다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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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성격장애 - '분노는 나의 힘'끄적이는 생각들/좋은 글귀 2014. 9. 6. 11:24
꿈1. 꿈2. < 3~5살정도 되는 어린 아이가 서리가 내린 초가을 새벽, 허허벌판에 허수아비처럼 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서있다. 얼마나 처량하고 구슬프게 소리없이 우는지 도움을 듣고 달려오는 사람도 없고, 도움을 청하지도 못한다. 그냥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서럽게 울기만 한다. 고통스러움으로 일그러진 그 아이의 얼굴이 어른인 나의 얼굴과 같다고 생각된다. 조그만 사내아이가 부모를 잃고 우리집에 오게 되었다. 누군가 그 아이를 돌봐야하는데 아무도 그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 그 아이가 웬지 나 처럼 느껴져 연민과 슬픔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 아이를 도와주고 싶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아이를 도와줄 수가 없다. “난 이 아이를 도와 줄수가 없어. 누군가 도와줄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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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리뷰아트 정보 /영화 2014. 9. 1. 01:19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본 영화.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나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정말, 각본 연출 연기력 모두 최고였다. 이 영화를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보다가 밖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가, 멈췄다가 울다가... 제 정신으로 볼 수 없었을만큼, 아름다웠던 영화. 가슴에 구멍이 난다는 것은 뭘까? 알지 못하는 아델. 엠마를 만나기 전까지니까. 화면으로 보는데도, 그 찐득한 감정이 가슴으로 전해져 왔다. 설레고, 풋풋하고, 아름답고, 두근거리고.. 보고싶고. 또 보고싶고. 레즈비언 섹스신 또한 야하다기 보다는, 정말 남녀와 다를 바가 없는 그냥 두 사람이 사랑하는 모습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그러나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그 아름다운 순간들도 점점. 현실적인 문제와 엮어들어가면서..